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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바루 생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헤이즈

by hanabird 2019. 9. 25.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한지 9개월이 지나가면서 가장 만족한 것은 날씨와 깨끗한 공기였다. 전에 살던 발리도 물론 공기는 깨끗했지만 저녁 무렵 이웃에서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한 연기 때문에 짜증나는 날이 꽤 많았었다. 그에 비하면 항상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조호바루는 공기 하나는 흠 잡을 일이 없었다.

 

단지 안에 있는 Horizon Hill 골프 클럽

 

조호바루로 이주하신 한국분들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 중에 일치하는 두가지가 있다. 아이를 비교적 저렴하게 국제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것과 한국에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호바루엔 국제학교가 10여곳이 있고 대부분 학교가 학생이 부족한 상황인 듯하다. 외국 이주민과 싱가포르와의 연계를 통하여 도시를 개발시키기 위해 주택, 학교 등 기반 시설을 선개발했는데 예상한 만큼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학생이 부족한 상황이라 입학이 까다롭지 않고 학비도 비교적 저렴한데 이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으니 아이 가진 부모 입장에선 조호바루가 교육시키기 좋은 곳일 것이다.

조호바루 날씨는 한국 여름철 동안에 우기이며 이때 기온도 꽤 높다. 이땐 동남아의 덥고 습한 특성이 그대로 나타기 때문에 에어컨이 없으면 생활이 힘들 정도가 되지만 공기는 항상 깨끗하다. 매일 새벽이면 저 멀리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과 함께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서쪽 하늘로 핑크 빛을 남기며 사라지는 해를 볼 수 있다.

헤이즈 전 저녁 무렵 Horizon Hill 골프 클럽

 

그런데, 공기에 있어서는 한없이 고맙기만한 조호바루가 9월 초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가까운 언덕 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아니 말레이시아 전체가 헤이즈로 가득 차 있다.

인도네시아 산림 화재 때문에 생긴 연기가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지까지 날아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화재 진압을 위한다고 하지만 워낙 화재 지역이 넓고 열악한 인도네시아 인프라를 생각하면 우기가 와서 비가 내릴 때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서풍을 타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로 날리고 있는 모습

 

집에서 본 헤이즈 가득한 하늘

헤이즈가 2주가 넘어가니 자다가 목이 답답해서 깨는 날이 많아져 조호바루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거의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고 있다. 학교에선 아이들 야외 활동을 완전히 중단시키고 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한다. KL에 학교들은 휴교까지 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며칠 전 (물론 지금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상황

 

몇 년 전에 헤이즈를 피해서 발리에 한 달 간 지내러 온 KL 거주 한국인을 만났었는데 그땐 그분이 참 유난이라고 생각했었다. 헤이즈라는 것이 얼마나 심하길래 아이들 학교까지 빠져가면서 까지 발리에 왔나 싶었는데 내가 겪어보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어서 빨리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연기가 말레이시아 반대 방향인 서쪽 바다로 날리던지 인도네시아에 폭우가 쏟아져 불이 꺼지길 빈다. 혹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은 1~2주 더 상황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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